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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간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제네바 합의 20주년 학술회의 오찬사

작성일
2014-10-13
조회수
5649


제네바 합의 20주년 학술회의 오찬사


[인사말]

금번 회의를 공동주최하신 한국정치학회 김영재 회장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박찬봉 사무처장님,
그리고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대사,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 재단 대표 등 내외 귀빈 여러분,

제네바 합의 2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드릴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

원래 윤병세 장관께서 오늘 오찬에 참석키로 하셨으나,
인도네시아 출장으로 부득이 참석치 못하게 되어,
여기 계신 분들께
제가 대신 장관님의 각별한 인사말씀을 전합니다.

이 자리에는 현장과 학계에서
북핵문제를 오랫동안 다루어 오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 만큼, 다들 잘 알고 계신 내용들을
새삼스레 반복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어제 사건을 포함하여 최근 남북관계 관련
여러 가지 상반된 신호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오늘은 제네바 합의를 회고하는 자리인만큼,
핵문제에 집중토록 하겠습니다.

특히, 1994년 당시 제네바 현장에서 느꼈던 저의 개인적 소회,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지난 20년 동안 북핵북한 문제를
on and off로 담당하며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간략히 제 소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네바 합의 당시 개인적 소회]

19949-10월 제네바에 파견된 한국 대표단은
매일 밤마다 갈루치 대사로부터
그날 있었던 북한과의 협상 결과를 디브리핑 받았습니다.

갈루치 대사는 낮에는 강석주와 줄다리기를 하고,
밤에는 우리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또 우리 의견을 듣는
고난의 행군한 달 내내 계속했습니다.

저는 당시 한국 대표단 5명 중 막내였습니다.
갈루치 대사를 보면서,
밤낮으로 남북한 양쪽에 시달리느라 얼마나 힘들까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

1021일 미-북 기본합의문이 발표된 후, 서울로 돌아와서
청와대와 외교부 간부들에게
간단한 메모형식으로 보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본 제네바 합의의 장단점은 일단 차치하고,
우리 스스로 반성할 점은 없는지에 대해
젊은 외교관으로서 느꼈던 소회를 정리한 것이었습니다.

오래 전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첫째, 미국 정부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솔직히 당시 협상이 한달간 계속되면서
그때 타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여행가방도 5일분 조그만 것을 가지고 출장 갔습니다 ^^.

내용 측면에서도, 막상 미-북간 합의 결과를 보니,
한국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미국에게는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것도 있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wish list를 보다 정교한 협상 전략으로 가다듬고,
미국과 좀 더 세부적으로 사전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둘째, 제네바 합의 결과,
한국이 경수로 건설비용의 상당 부분을 떠안는 등 부담이 컸습니다.

우리는 협상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기는 하였지만,
협상장에 직접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또다시 반복되면 곤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셋째,
아마 여기 계신 갈루치 대사는 기억을 못하시겠지만,
협상이 타결되는 마지막 날 한미간에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갈루치 대사는 우리 팀에게 쓴소리를 하였습니다.

미국은 국가안보 상 중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한국은 신문 headline에 너무 민감해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우리의 국가안보 문제를
주인의식을 갖고 정면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삼 다지게 되었습니다.


넷째,
한 국가가 외교협상에서 red line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red line은 국력을 동원해서 지킬
의지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국가의 말에 힘이 실리는 것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도 연습과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고
깨어있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제네바 합의 평가]

제네바 합의의 평가에 대해서는
어제와 오늘 깊이 있는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당시 제네바 합의의 가장 큰 약점은
불균형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 북한이 해야 할 의무는
핵활동의 동결이라는 '부작위'였는데 반해,
우리의 보상은
매년 50만톤의 중유 제공과 경수로 건설이라는
대규모 '작위'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평가가 엇갈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제 자신은 그로부터 15년 후 북핵담당 국장으로
20091월 평양과 영변 핵시설을 방문했을 때,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를 안내했던 북한측 인사는
제네바 합의 때문에 북한의 핵부문 종사인원이
수천명에서 천명 이하로 줄어들고,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던 김일성대 핵물리학과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면서,
영변 핵시설과 핵물리학계가 제네바 합의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습니다.
힘들게 쌓은 기술과 경험을 전수할 후배가 별로 없다는 고충도 토로했습니다.

물론 북한이 제네바 합의 이후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추진한 것을 감안하면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동결은 단순한 부작위가 아니라
영변 핵능력 측면에서 보면
뒷걸음치는 과정이었으며,
8년에 걸친 영변 핵시설 동결은
한반도 평화에 나름대로 기여하였습니다.

어떤 협상이나 합의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협상 파트너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제네바 합의는 교훈을 주었다고 하겠습니다.

 

[제네바 합의 20년 후]

제네바 합의 이후 20년이 지났습니다.
어떤 것은 그대로이고 어떤 것은 변하였습니다.

우선, 북핵문제가 여전히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안보위협이라는 사실에는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 양국간에 긴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그동안 크게 변화한 것들 중
몇 가지만 짚어 보겠습니다.

제네바 합의 당시에는
북한이 핵개발을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는 것인지에 대해
논쟁이 분분하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 핵실험을 3차례나 하고,
아예 헌법에 자신이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하였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북한의 핵능력이 어디까지 가려는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대 세습으로 이어지는
시대착오적 국가 체제의 고착화와,
동시에 사회 기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부인할 수 없는 시장화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는 가운데,

이제는 북핵문제를 '북한문제'라는 보다 포괄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또 다른 큰 변화는 중국의 부상
그리고 동북아 정치역학구도의 변환입니다.

94년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라는 작은 불량국가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 간의 독특한 협상 구도였습니다.
당시 중국의 역할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군사대국으로,
또한 6자회담 의장국으로,
북핵 문제의 주요 당사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아직도 핵문제는 미-북 양자 간에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중심에는
글로벌 파트너로서 한미동맹이 자리잡고 있으며,
북한의 통미봉남시도는 들어설 틈이 없습니다.

아울러, 이제 북핵문제는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
두 세계 강대국 간의 거시적인 협력과 경쟁 구도라는 관점에서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년간 한중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한중관계의 발전은 북핵문제 뿐 아니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장래에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맺음말]

지난 20년간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해
이 자리에 계신 여러 분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노력을 거듭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북한은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을 것입니다.
미사일과 핵무기 기술도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90년대에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과소평가하는
‘wishful thinking'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과연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비관론이 문제인 상황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하였고,
이 많은 시도들이 모두 실패해서 이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하지만 윤병세 장관께서도 올해 초 언급하였듯이,
북핵문제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최대 장애물이자
지속가능한 평화구축을 위해 피해갈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과거에 해 보았으나 지금 다시 해 본다면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며,
지금까지 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형식이나 내용으로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바와 같이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창의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입니다.

우리는 안보리 제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북압박을
지속 견지하는 가운데
,
6자회담 관련국들과 함께 창의적 해법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 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의 4대 강대국, 나아가 국제사회 모두가 큰 관심을 갖고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는 매우 드문 국제안보 이슈입니다
.

따라서, 이 문제의 완전한 실패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20여년 간 북한의 핵모험은
결국 북한 주민 전체를 핵무기의 인질로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양립할 수 없는 핵과 경제개발의 병진노선이 아니라,
인권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추진하여야 합니다.

핵무기가 없으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는
세계의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상상으로부터
북한은 벗어나야 합니다.
미국은 그렇게 할 의사도 없고 이유도 전혀 없습니다.

지난 20년간 GDP가 한국이 3, 베트남이 13배로 커지는 동안
왜 북한은 제자리걸음인지 심사숙고해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기를 희망합니다.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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